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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
사이 새 시계: 1
series
김헤니
필드노트
... 한국

연재 글 소개
《사이 새 시계》와 《바깥 새 그림자》는 뒤 틀린 앞이 아닌, 해가 드는 문間을 통해 일상을 바라보는 작업일지다.
스파인의 외면일기 클럽에 참여하면서 시작되었으며, 100부 한정 실린더북으로 제작되었다.

(3/30)

도리토리 꾸쿠

눈코 뜰 새 없었던 제주 북페어가 끝난 첫날. 나는 건축 소장 은지씨의 초대로 숙소를 공유하게 된 사람들과 식사 겸 뒤풀이에 참석하게 되었다. 디아스포라를 키워드로 제주와 오키나와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그룹 공부중, 인공위성+82, 마포구에 사시는 디자이너 한 분과 도쿄의 서점 포포타무, 출판사인 론리니스 북스, 유아마이니트의 작가 아베 타에코 상 등 총 12명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로 빠빠라기라는 곳에 빙수를 먹으러 갔다.

그곳에서 우리는 6명씩 두 테이블로 나누어 앉았는데 이쪽 테이블에서 공부중의 멤버인 은지씨와 포포타무의 주인 오바야시상이 대화를 하던 중 작은 갈등이 발생하였다. 은지씨는 오바야시 상에게 받은 시계 그림 속 그려진 새가 뻐꾸기라고 지금까지 알고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시계 속 뻐꾹하는 새가 비둘기라는 것이다.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 이 새는 확인하기 전에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상자 속의 고양이처럼 뻐꾸기인가? 비둘기인가?, 칸코까나 カッコウかな?하토까나 ハトかな?알 수 없다. 새를 관잘하기 전 이 사이의 시간에서 우리는 새의 정체를 확신할 수 없으니 이 새는 뻐꾸기일 수도 있고 비둘기일 수도 있는 존재이다. 동시에 이 새는 은지씨에겐 뻐꾸기이고 오바야시 상에겐 비둘기이다

뻐꾸기 시계는 1650년대에 개발되었다고 추정된다. 처음 만든 사람은 알려지지 않았다. 1850년대 독일 남서부 슈바르츠발트 지역에서 이 시계의 메커니즘에 대한 많은 발전과 진화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추위를 싫어하는 뻐꾸기의 겨울이 되면 아프리카로 날아갔다가 봄이 되면 돌아오는 습성 때문에 유럽에서는 봄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일본어로 뻐꾸기는 칸코도리閑古⿃로, 한국어의 파리만 날린다는 표현처럼 뻐꾸기가 운다, 칸코도리가나꾸閑古⿃が鳴く라는 표현은 가게에 손님이 없어 한산한 나머지 새소리가 들려올 지경이라는 이미지로 불경기를 대표하는 표현이라고 한다. 판매에 지장이 되기 때문에 뻐꾹하고 우는 뻐꾸기를 꾹꾸하고 우는 것으로 둔갑시켜, 1930년대부터 비둘기가 된 뻐꾸기는 이후 1970년대 일본의 대량 생산을 거친 뒤 80년대 한국의 공장에서도 대량 생산되어 판매 된 것이, 뻐꾸기가 비둘기가 되었다가 다시 뻐꾸기가 된 사정이다.

한국에서 쿠쿠는 밥이 맛있게 지어졌다고 밥통이 우는 소리이면서, 남성들이 이성에게 성적인 관심을 느꼈을 때 자기 몸집을 크게 보이기 위해 던지는 빈 말을 지칭하기도 한다. 꾸꾸, 뻐꾸기를 날린다. 뻐꾸기가 날아간다. 꾸꾸, 뻐꾸기 소리가 날아와 당신의 이마에 키스 마크를 남긴다. 또한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있던 알을 밀어내 깨뜨리고 몰래 자기 알을 놓아둔 뒤, 추위가 오기 전에 따뜻한 나라로 가버리니까, 뻐꾸기 새끼를 검색하면 덩치 큰 아기새에게 훨씬 더 작은 새들이 먹이를 주는 사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바닷가나 산에 사는 활기찬 비둘기를 살펴보면 서울의 비둘기가 바닥에만 붙어 있는 무기력한 모습은 어쩌면 도시 사람들의 모습을 흉내내는 중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늘에는 까치가 날고, 제주시 중심가의 바닥에도 새 그림이 잔뜩 그려져 있고, 사람들 사이에서도 새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던 중 이날 하루의 코스 계획을 책임지고 있던 명규씨가 88올림픽 때 흰 비둘기가 많아진 이유를 알고 있냐며 운을 떼었다.

원래 서울엔 흰 비둘기가 많지 않았는데 평화의 상징인 흰 비둘기를 날리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어디선가 잔뜩 잡아 왔다가, 비둘기를 날린 뒤 성화를 점화하는 순간 새가 불에 타 버린 사건에 대해 알려 줬다. 평화롭게 지내다가 짧은 장면 연출을 위해 잡혀 와 불에 타 야키토리가 되다니, 무언가의 상징이 되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인 것 같다. 흰색은 백인의 권력을 뜻하기도, 평화를 뜻하기도 하니 어떤 색에 이데올로기를 입히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일이다.

흰색은 종이의 하양, 흑색은 잉크의 검정, 내 마음? 컬러풀

이 모든 새 이야기는 택시를 타고 빠빠라기로 이동하기 전, 혹시 제주도에는 원래 까치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냐는 오바야시 상이 꺼낸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 89년 누군가 섬으로 까치 50쌍을 데려왔는데 천적이 없는 바람에 급증해버렸다는 이야기다. 새 이름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찾아본 빠빠라기는 투이아비라는 남태평양의 사모아 군도의 추장이 자신들의 언어로 백인이나 이방인을 가리켜 불렀던 말이었다.

일본에서는 나이를 먹고도 아기같이 구는 노인을 코나키지지⼦泣き爺라고 부르는데, 노인이 산길 옆에서 응애응애하고 우는 것이 측은하여 안아 올리면 갑자기 무거워져 내려 놓으려해도 달라 붙어 그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때까지 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국어로는 응애 할아범이라고 부르는데, 한국에도 나무꾼이 등장하는 비슷한 설화가 있다. 동양 설화에 등장하는 요괴들은 그 문화가 대놓고 말하기 어려워하는 정신적인 측면을 드러낸다.

잔뜩 인상을 쓰며 코나키지지, 하고 소리내 뱉어놓으니 오바야시 상과 아베 상은 웃음을 터트렸고, 뜻 모를 다른 사람들은 도리도리⿃とり고개짓을 했다.

(3/31)

일기 쓰는 걸 까먹은 하루 동안 마친 일의 목록

1. 건물 관리소에 입주 계약서를 써서 전달
2. 서점 책 입고를 위한 택배 2건 발송, 편의점에 들렀다가 우체국에 다시 방문
3. 예전에 살았던 동네에 1년 반 만에 돌아온 나의 내면 상태 관찰
4. 효창공원 앞 도자 스튜디오인 피시즈홈에 책 입고 후 수다
5. 번역 문학원 샘플/시나리오 사업 신청
6. 디스크 협착으로 오른팔을 쓸 수 없게 된 에이코 가게의 요리 대타
7. 회복 중에는 무거운 걸 들지 말고 담배도 피지 말라 잔소리 하기
8. 너그러운 마음을 지니기 위한 야키토리 먹기와 맥주 한 잔 하기
9. 서울시 기금으로 받았던 돈 갚기. 절반이 남은 것을 확인
10. 지난 주 잘린 한식당에 두고 온 칼을 찾으러 가기로 한 걸 까먹었다고 답장하다

(4/1)

이동 중에 쓴 일기

도봉구 김수영 문학관에 문학 상주작가 면접을 보고 오는 길이다. 다른 지원처인 용산 도서관은 안내 문자를 1차 합격 문자로 착각하는 바람에, 발표 연락이 오기도 전에 면접 시간을 일하는 시간에 맞춰 달라고 전화로 요청해버렸다. 그저께 1차 탈락 문자를 받고 나서 혹시 그런 질문이 문제가 되냐고 물었지만 행정가에게 사실대로의 답을 들을리 없다. 이후 인터뷰가 진행된 방식을 보고선 면접 시간 조절 같은게 가능했을리 없다고 확신했다.

나에게 시의 세계를 열어준 사랑하는 선배가 추천해준 김혜순 시론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김수영 시인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100년 전에 태어나 일제 강점기 이후 청년이 되고 나서야 배운 제 2의 언어이자 모국어인 한국어로 글을 쓴 사람이, 현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대부분의 언어를 다루는 사람이 가진 언어의 가능성과 한계, 사랑과 자유에 관한 인식보다 훨씬 더 급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런 것을 동시대성이라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대성은 시간을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최전선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반삼아 오늘 우리가 앞서 있을 거란 생각은 대개 착각에 불과하다. 나부터 이전의 나보다 항상 더 나은 사람이 아니듯. 아리안느는 내가 분석을 그만두면 한 달 뒤에도, 일년 뒤에도 지금의 문제에 멈춰 있을거라고 말한다. 나는 그 말을 가만히 바라보며 의심해보는 한편, 지난 시간 이십년 가까이 보아온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똑같은 서사-주문 속에 갇혀 있는 것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본다.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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